해태에서 오예스 신제품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초코파이 종류중에서 상위권이다.

이유는 부드러운 쉬폰케이크와 진한 초콜렛맛!


저번에 쿠키앤크림을 먹었었는데 오리지널이 낫다는게 내 개인적인 평가.

이번에는 미숫가루라떼 맛이라길래 너무 궁금해서 직접 사먹어보았다.




콩고물도 있고 찹쌀도 있다고한다.





미니미니한 포장지





미니미니한 오예스

먹기 전에 냄새를 맡아보니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난다.







한 입 먹어보고 든 생각

찹쌀은 쫀득한 맛을 위한건가 싶은데 그런건 잘 모르겠고

볶은 콩가루 냄새가 올라오긴 한데

그냥 무난하다. 코팅된 초콜렛과 안어울리는것도 아니지만

그냥 쏘쏘한 맛.


만약 오예스를 사먹는다면 그냥 오리지널로 사먹기로.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뇌수술을 받게 되었고 그 후의 부작용 때문인지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자신이 연쇄살인범이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기록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동네에 연쇄 살인 사건 소식이 끊기지 않은 가운데 우연히 한 젊은 남자와 마주쳤는데 한눈에 자신과 동류임을 알아본다.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 접근하자 젊은 남자를 죽이기로 결심하며 기억을 잃어버리고 있는 스스로와 고군분투한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죄책감 때문이 아니며,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던 과거가 곧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미래가 없으면 과거도 부질없게 된다. 주인공은 가까운 기억부터 잃어버리게 되는 치매를 앓으면서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까먹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미래를 잃어버린다면 과거의 존재마저 부질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현재에 하염없이 머물지 않길 바랬다.

단조로운 문장과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이 소설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싸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의 주관적인 생각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살인을 멈추고 병까지 얻게 된 그에게 남은 목적은 단 하나. 딸을 보호하기 위해 연쇄살인마를 죽이는 것.
그 미래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기록을 남긴다.
그의 세상은 온전히 그의 기억으로 인해 존재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세계는 일그러지고 어떤 게 망상이고 사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공'空'만이 남는 것이다.

결국 일그러진 주인공의 세계에서 치닫는 결말은 시간의 흐름대로 '시간'이 주인공을 삼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떠한 것이라도 세상 두려울 게 없었고 감정을 알지 못했던 사이코패스마저 시간만은 두려워한 것이다.

시간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두려워할 것 없는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은 결국 자신의 범행을 온 세상에 드러내고 말았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드러난 진실이 아니었다. 주인공 내면을 무너뜨리는 시간이었다.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저자 : 다이 시지에 (출판사 : 현대문학)

 

 

이 책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쓴 소설이다.

문화대혁명이란 마오쩌동 주석이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한다며 탄압하고, 시골로 보내 농민들로부터 재교육하게 만든 시대이다. 이때 교사, 작가, 의사 등 많은 지식인들이 탄압되었고, 서양 문물이나 문학 작품들은 금서로 지정되어 장기간 중국의 모든 문학과 문명의 발달이 '정지'되었다. 이때 중국인들의 많은 선망과 존경을 받던 주석 마오쩌동의 업적 중에 유일한 흠이자, 그의 치매로 그릇된 정책을 시행했다는 말도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부끄러운 역사이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엇을 얘기할까 궁금했다.

저자는 실제 그 당시 '재교육'을 받으러 강제적으로 시골로 보내졌고,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말한다.

소설에서 두 소년은 부르주아 부모님을 둔 이유로 강제적으로 시골로 보내진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외진 깊숙한 산골에 있는 시골에서 두 소년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일을 해야 했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그들과 함께 재교육 받으러 온 '안경잡이'에게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은 책을 읽으며 탄압된 세상으로부터  작은 보상을 느낀다. 시골에는 재봉사의 딸이 있었는데, 그녀는 소년들을 통해 발자크의 소설을 듣게 된다.

 

소설은 그저 소설일 뿐이었다. 적어도 소년들에게는. 

시골 밖에서 살아본 적 없는 소녀는 소년들에게 전해 듣던 발자크의 소설을 통해 점차 눈을 뜨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을 알아가기 위하여 시골을 떠난다. 도시에서 의사 부모님을 두었던 소년들은 낙후된 시골에서 살아가며 서양의 책들을 통해 갈망을 해결할 뿐이었지만 소녀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모두가 눈과 귀를 막고 세상과 단절할 때 누군가는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휘둘리지 않았다.

오히려 깨달음을 얻고 한 걸음 내딛을 줄 알았다. 그러기 위한 원천은 어디에서 왔을까?

책이었다.

 

감사하면 달라지는 것들

저자 : 제니스 캐플런 (출판사 : 위너스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얼마나 나를 변화할 수 있을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라. 이런 말들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을 거다. 상투적인 교훈 정도밖에 와 닿지 않아서 깊게 고민해본 적은 결코 없었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고맙다"라고 표현하는 정도로 족하며 충분히 그 순간만큼은 감사하는 마음을 만끽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그러한 마음을 끌어안고 산다는 것은 인생에서 큰 은혜를 입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감사의 일기를 쓰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감사라는 주제에 대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조사했다.
단순히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거나 충분히 짜증이 날 법한 일을 맞닥뜨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함만을 남길뿐 결코 득이 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한 철학자, 의사,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와 직접 만나보며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얼마나 놀라운 효과를 가져오는지 실험과 데이터, 사례로 충분히 입증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감사하는 마음은 결코 단순히 고맙고 끝낼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다. 

어떠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평소의 내가 '부정적'으로 느꼈을 일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고쳐주고, 자신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하는 일인지 아닌지는 결국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렸다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사소한 고마움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내가 감사하는 마음을 습관화하고, 나의 내면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이 되어 나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내가 간과했고, 당연시했던 것들에 대해 내가 감사할 줄 알게 된다면 분명 더 행복한 일들이 많아질 것을 이 책은 저자의 실천과 경험을 통해 알려주었다.

 

만약 내가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지독한 우울감에 빠져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면이 무너졌을 때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스스로 딛고 일어설 의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마음가짐을 고쳐 볼 수 있는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 필요하다. 

 

내가 세상에 맞서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볼 때, 온갖 불행한 생각과 짜증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 다시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 책을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저자 : 송해나 (출판사 : 문예출판사)

| 책 소개 |

우리는 임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남성에겐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고, 임신을 안 한 여성에겐 '지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알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못 느낀 건 아닐까?

그렇다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들만이 임신한 여성들을 누구보다 잘 배려할까?

이 책은 임신하게 된 저자가 임신 기간 동안 겪는 사회의 무지와 배려 없는 제도에 대한 경험을 일기로 써 내려간 책이다. 회사의 동료로부터, 아빠로부터, 오고 가는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낯선 이들로부터, 심지어 의료진 등 전문가들에게까지. 임신기간 동안 배려 없는 태도에 저자가 써 내려간 일기다.

| 서평 |

이 책을 보면서 내내 느꼈던 감정은 '자괴감'이다. 임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서러울 일을 많이 겪게 되는 걸까?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는 '한 사람'이었는데 임신했다는 이유로 외적 내적으로 여러모로 자괴감을 느끼는 순간이 계속 찾아온다.

직장에선 임신으로 유난 떤다는 시선과 눈초리를 받아야만 하고, 임신 초기부터 후기까지 아주 다양하게 온갖 불편함과 고통 등을 수반하는 자신의 몸은 자신감을 무너뜨리고 움츠러들게 만든다.

출산의 고통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한 '사람'에게 위로보다는 '자연의 섭리'를 운운하는 전문가들.

엄마라면 할 수 있다고. 엄마가 이것도 못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

임신기간 중 온갖 장기가 밀려나고, 식도가 역류하고, 골반이 아프고, 배가 뭉치고, 숨이 헐떡이는데 '유난'이라고 하는 사람들.

어련히 임신한 제 몸 스스로 안 돌볼까, '이거 먹으면 아기한테 안 좋지 않아?' '태교는 잘하고 있어?' 고나리질하는 사람들.

위의 사람들은 결코 낯설지 않은 사람들일 거다. 주변에 한 번쯤 있었을 테고 멀리 돌아보지 않아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이 이런 적이 있었을 수 있으니까.

악의 없는 질문마저도 '무지'로 인해 임신한 사람들에게 큰 실례가 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심지어 임신과 출산을 겪은 같은 여성마저도 임신한 사람에게 저렇게 무례할 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

동질감과 위로, 배려를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돈 드는 게 아니고 그렇게 수고스러운 일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임신하면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불편함과 고통을 수반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임신할 때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다 까먹었다고 저자의 어머니는 말씀하실 정도다.

사회에서 이런 것들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오직 임산과 출산의 숭고함, 자연스러움, 모성애의 위대함만으로 포장만 해서 당사자들도 그것에 세뇌된 걸까? 그래서 그 고통을 잊고 또 임신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는 걸까?

이 나라가 임신과 수반되는 고통과 부조리함을 모를 리가 없다. 오히려 잘 알기 때문에 쉬쉬하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이건 단순히 한 사람이 유독 임신을 힘들게 겪은 경험담이 아니며, 유난스러운 것도 아니다.

모두가 알아야 하는 상식 중의 하나인 거다. 사회에서 임신체험 등을 대중화해서 모두가 간접적으로나마 임신이 어떤지를 체험하고, 임신하면 어떤 변화와 증상이 생길 수 있는지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종이에 살이 베어서 피가 조금만 나와도 '아프겠다.' 작은 위로 정도라도 할 줄 아는 세상이 유독 임신한 여성에게 가혹한 건 결코 나 혼자만의 예민함과 유난함이 아닐 거다.

아파도 별다른 조치를 받을 수 없는 심정을.

임신했다는 이유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약해져가는 무거운 몸을.

가만히 있으면 배가 뭉쳐서 아프고, 숨만 쉬어도 헐떡이는 '비정상적'인 몸을.

다 자연스러운 거고, 태아는 건강하다며 임산부를 돌보지 않는 배려 없는 사회는 잔혹하다. 내 몸의 장기가 제 위치를 벗어나 폐를 압박하고, 온몸이 붓고, 누워있기만 해도 통증을 수반하는데 당사자라면 어느 누가 겁을 먹지 않고, 아무렇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임신은 출산하기까지 임신한 사람만의 싸움이라고도 한다. 타인이 어떻게 손을 써 줄 수도 없다고. 그렇다고 해서 이런 고통과 불편함을 280일 동안 24시간 내내 겪는 사람에게 작은 배려나 안심할 수 있을 위로 정도도 못해주는 사회가 우습다. 심지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배려 인식이 잘 되어있다고 하는 거 보면 이 나라가 문제일 것이다.

임신과 출산은 결코 누구와도 동떨어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존재'부터가 '한 사람'의 고통과 배려 속에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며, 나 또는 가족, 연인, 친구가 겪을 수 있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모성애 따위 운운하지 말고, 엄마의 본분, 엄마의 책임 따위 절대 운운하지 말자. 애를 낳고 키우면서 모성애가 키워지는 거지 애 밴다고 모성애가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며, 낯선 내 몸을 걱정하고, 나의 안전을 챙긴다는 이유로 '유난이다.' , '엄마가 그렇게 걱정만 하면 태아한테 안 좋아'라는 소리로 엄마 답지 못한 자격 미달의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는 거다.

임신한 순간 '한 사람'의 주체성은 배제되고 '태아'를 중심으로 임산부에게 '엄마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인신공격이나 다름없다. 당사자는 여전히 자신만의 주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태아는 태아고, 그녀는 그녀인 것이다.

저출산이 걱정된다면, 배려부터 제대로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가임기 여성'의 출산이 저조하다며 여성을 하나의 물건처럼 잣대화하며 통계를 뽑기 전에 임신이 뭔지부터나 알고 제도를 마련하는 게 우선이 아니겠냐는 거다.

 

모성의 모습을 '규정'하는 순간, 아기를 낳은 여성은 '비정한 엄마'와 '맘충'으로 이분화된다.

여성을 '악녀' 혹은 '성녀'로만 분류하는 것처럼.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254page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출판사 : 북로드)

| 책소개 |

사람을 폭발시키고, 용해하고, 파쇄까지 하는 잔인한 살인수법. 1부보다 더 끔직한 살인수법과 범인의 활동 범위가 더 넓어졌고, 경찰은 범인을 추적하기에 혼란에 빠진다.

심신상실자의 불안정한 상태를 역이용한 교수가 잔인한 죽임을 당함으로써 경찰은 1부에서보다 더 빨리 범인을 지목하고 추적한다. 하지만 오리무종한 범인의 행적과, 종전의 살인 수법의 규칙, 범인의 습관등이 좀 더 다른 양상을 띄어 범인을 잡기에 난항을 겪는다.

다음의 피해자를 서둘러 찾아야하는 상황 속에서 유일한 단서는 범인의 목적을 파악하는 것 뿐.

심신상실자가 다시 사회에 나옴으로써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사실이 언론과 사회에 퍼지자 심신상실자에 대한 법과 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진다.

| 서평 |

이 책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2부이다. 1부보다 좀 더 잔혹한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시작부터 용의자를 바로 특정하여 추적하게 된다. 하지만 연쇄 살인범은 1부에서 제한된 지역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1부에서 보여주었던 일종의 '규칙'과 다른 양상을 띄어 행적을 종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연쇄 살인범의 분명한 목적은 1부보다 좀 더 근접해있었다. 1부에서는 딸과 손녀를 죽인 청년이 심신상실자인척 감형을 받고 보호소로 수감될 수 있도록 도와준 변호사에게 복수를 했다면 2부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복수를 보여준다. 청년에게 심신상실자의 진단을 내려준 의사와 그리고 당사자인 청년.

1부에서 연쇄 살인범은 자신의 목적을 경찰로부터 감추고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죽였지만, 2부에서는 자신의 존재부터 지우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복수의 대상에게 접근하였다.

1부에서는 심신상실자에 대한 법적 제도와 시스템등의 헛점을 보여주었다면 2부에서는 일반인이 심신상실자인척 감형을 받기 위해 법적 제도를 악용했다는 것에 대한 초점을 맞춘다. 또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건의 중심에 서서 '스타'가 되기 위해 양심을 저버리고 허위 진단을 내린 인간의 욕망도 드러난다.

이 책에서 심신상실자에 대한 제도의 타당성에 대해 다시 깊게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신감정을 진단하고 그 사람이 정상인인지, 심신상실자인지에 대한 판단부터 처벌을 내리기까지 과연 냉철하고 정확할 수가 있는 것인지. 성공과 보수를 위해서 의뢰인이 심신상실자라고 주장하는 변호사와, 출세와 욕망을 위해 손잡은 잘못된 진단을 내린 의사. 잠깐의 연기만 보여준다면 쉽게 엄중한 처벌에서 벗어나 보호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자. 이들 중 누구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이 제도를 악용할 수가 있다.

과연 현실에서도 이 소설처럼 그런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하는 범죄자가 오히려 이해를 받고 보호까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은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 심신상실자들은 그들이 심신상실자라는 이유로 범죄를 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받고, 다시 사람답게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 할 수 있도록 치료해준다. 이 또한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대의임을 안다. 하지만 제도의 목적이 현실과 많은 모순을 일으킨다면 분명 우리는 이에 대해 다시 고민을 하고 더 좋은 방향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280일

저자 : 전혜진 (출판사 : 구픽)

 

이 책의 제목은 임신기간 280일을 의미한다. 이 책은 한국장편소설로 분류가 되어있지만 임신에 대한 몸의 변화와 사회적 문제, 편견, 사회생활에 대한 고립된 여성의 현실을 낱낱이 담은 '보고서'다.

책에 나오는 네 명의 여성이 있다. 은주, 재희, 지원, 선경.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잘하고 있는 안정적인 수입을 가진 30대 중후반의 여성들이다. 사회적 지위에서 나름 실력을 인정받고 스스로 제 몫을 잘해가고 있는 당사자들이지만, [임신]이라는 주제 앞에서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해있었다. 임신을 하고 싶어도 난임인 선경, 마음먹고 계획 임신한 재희, 계획에도 없던 임신을 해버린 지원,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임신을 고대할 수 밖에 없던 은주. 제 각각의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임신해버렸지만 이들이 겪는 몸의 변화와 경력 단절, 임산부의 불평등한 사회적 위치는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나 자신을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

임신을 한 순간 모든 일의 우선은 뱃 속의 태아가 차지해버린다. 회사에 뼈를 갈아 일하며 두번이나 유산을 경험한 선경은 결국 자신의 모든 노력을 임신 앞에서 무시당해버렸다. 난임치료를 위해 배에 주사를 스스로 찔러넣으면서, 이 악물고 제 몸 같지 않은 몸을 이끌며 출근했지만 결국 여성이란 이유로, 더욱이 임신했다는 이유로 상사로부터 무시받고 쫓겨나듯 퇴사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을 겪은 여성이 과연 소설 속 주인공인 선경뿐일까?

어쩌다 사고를 당하더라도 혹은 몸이 아프더라도 태아가 우선시되며 임산부의 안위는 배척당한다. 몸에 파스 한 장도 제대로 못 붙이고, 먹고 싶은 음식도 가려야하며, 아프더라도 아무 약이나 주워먹을 수가 없다. 출산에 임박한 순간에도 여성의 고통은 태아 앞에서 묵살당할 수밖에 없다. 재왕절개보다 자연출산이 아이에게 더 좋다는 이유로 가족이 재왕절개를 동의해주지 않아 몸이 망가지고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렇다고 출산 후에는 그 상황이 나아지기라도 할까? 모유수유가 더 좋다며 강요하는 자, 아이를 양육하는데 보탬 없이 훈계질하는 자, 아이 낳았다고 모성애가 뚝딱 생기는지 모성애를 강요하는 자...

나 자신을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를 수없이 맞닥뜨리는데 사회는 임신과 출산의 아름다움만을 강요한다.

신체변화

탈모, 피부 트러블, 통통 붓는 팔다리, 숨 쉬기도 버거운 상태, 편한 수면도 취하지 못하는 몸, 시력저하, 기억력 저하, 부실해진 몸, 튼 살, 근손실...

나열할 수 없을만큼 온갖 나쁜 증상이 임신했다는 이유로 몸에 이렇듯 변화가 생긴다. 단순히 팔 다리가 붓고 거동이 불편하다는 사실 정도만 알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끔찍한 변화를 가져온다.

이 책의 띠지에서 "이 책을 읽고 비출산을 결심했다" (이 책이 디스토피아 SF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라는 민서영 작가의 문장이 있는데 책을 끝까지 다 봐가면서 그녀의 문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이해가 안갔다. 임신한다면 내 몸이 이렇게 변한다는 것 정도는 알려줘야하지 않는가? 왜 학교 다니는 성교육에서조차 이런 것 하나 알려주지 않는걸까?

이 책을 보면서 처음엔 팍팍한 현실 속에서 나름 제 일을 잘 해나가고 있는 30대 여성들의 임신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들을 담은 건 아닐까 생각하다가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건 비관적인 시선도 아니며 사실 그대로를 담는 것이라고. 사람마다 임신 후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이렇게 힘들다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아야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작 닥쳐봐야 알수 있다고 하기에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잃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우

한낱 임신은 그 부부간의 일이라고 하기에는 사회에서 저출산 염려와 함께 출산장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차라리 출산장려를 하지 말던가, 임신하라면서 정부는 온갖 정책을 시행하지만 그 정책이 임신 후 잃을 직장을 커버할 정도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안다.

경력이 단절될까 우려하거나 아이를 양육할 형편이 되지 못해서 포기한 여성들의 결정을 정부는 진정 헤아리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직장이라고해서 임신한 여성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해야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강요가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아직 이 사회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니까.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공무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임신과 출산에 대해 더 눈치를 보고 자신이 챙겨야 권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고 한다. 법으로 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봐야한다는게 현실이다. 아이 한 명당 고작 몇 십만원으로 출산을 독려하는 정책밖에 못 내며 아직도 폐쇄적인 성교육 시행밖에 못하는 정부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는 없다.

혹여 정말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돈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만약 당신이 난임이라면 정부에서 지원하는 횟수는 매우 적고, 난임치료에 필요한 약물은 매우 비싸며, 몸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임신기간 동안 받는 검진 비용도 무시 못하며, 혹여 임신 중 잘못되어서 응급실에 갈 수도 있고, 출산하는 그 순간마저도 돈이 들 것이라고.

그러니 정말 필요한 정책과 지원을 해주는 해외로 이민가거나, 돈이 정말 많아서 경력이 없더라도 걱정 없는 양육을 할 수 있으면서 스스로의 건강도 챙길 수 있어야 될 것이라고.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임신의 현실이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단순히 자료조사를 위해서였으며 임신은 커녕 결혼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먼 얘기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비출산을 결심했다."

(이 책이 디스토피아 SF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쌍년의 미학》 민서영 작가

《280일》 추천사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출판사 : 북로드)

 

| 책소개 |

시작은 인적이 드문 맨션의 시체가 발견되서부터 시작된다.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쇠갈고리에 매달린 시체와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의 필체가 적힌 메모장. 사람을 개구리로 비유하면서 장난감처럼 다룬 살인범의 극악한 범행 수법은 너무 잔인했고, 경찰은 정상인이 아닌 심신상실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한다.

 

연이어 이어지는 살인사건 속에서 범인의 정체는 여전히 모호하지만 일련의 규칙성을 발견하게 된다.

무분별한 살인, 50음순으로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

 

범인의 목적을 헤아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신들도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 빠지자 시민들은 패닉에 빠지고, 사회는 전체적으로 공황상태까지 이른다.

 

| 서평 |

시작부터 오싹한 시체의 발견과 함께 발견된 쪽지. 마치 아이가 쓴 것처럼 천진난만한 필체로 시체를 개구리처럼 다루는 내용은 시체를 어떻게 살인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잔인하고, 이성적이지 못하며 절대로 평범하다고 볼 수 없는 살인자의 면모를 가늠하게 한다.

 

경찰은 심신상실자를 유력한 범인으로 보았다. 특히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으며, 보호소에서 다시 사회로 나온 심신상실자를. 그런 그들을 치료하는 정신의학 박사를 찾아가며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는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사건에서 심신상실자의 처벌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바로 심신상실자라는 이유만으로 감형을 받고, 구치소 대신 보호소에서 감시와 병행한 치료를 받으며 다시 사회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케어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유력한 혐의의 심신상실자는 꾸준한 치료를 받으며 사회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해내고 있었다. 심신상실자라는 이유만으로, 과거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다시 의심을 하기 시작하자 그것은 편견이라며, 꾸짖는 치료사에게 경찰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결국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연쇄 살인을 저지른 심신상실자이자 범인을 잡고야만다.

 

이 책을 보며 느꼈던 것은 다수의 안전과 소수의 안전, 당장의 안전과 대의였다.

 

개구리 남자가 무분별하게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공포를 느낀 대중은 경찰이 의심하고 있는 심신상실자들의 인적사항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경찰 입장에서는 당장의 확증은 없었으며, 심신상실자라도 인권과 신변보호 차원에서 그들에게 정보를 줄 수 없었다. 결국 이성을 잃은 시민들이 경찰서를 점령하고 경찰과 큰 충돌을 일으킨다.

 

여기서 시민들은 물음을 던진다.

무분별한 살인 앞에서 다수의 안전이 중요한가, 범죄 전력이 있는 유력한 용의자들인 심신상실자들의 안전이 중요한가?

심신상실자들이 과연 치료가 되는가?

사회에 다시 나온 심신상실자는 과연 안전한가? 그들은 다시 사회에서 어울릴 수 있는가?

 

심신상실자를 치료하는건 결국 사람이다. 정신, 심리분야를 판단하는 건 절대적일 수가 없다. 전문가에 따라 상대적일 수 밖에 없는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인권보호라는 이유로 그들의 죄를 참작하여 치료를 받고 다시 사회에 재기할 수 있는 제도는 완벽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살인범은 이 헛점을 노렸다. 제도의 문제점을 대중이 제대로 직시할 수 있도록, 심신상실자를 이용하여 그들의 위험성을 사회에 알렸다.

 

소설이라지만 현실 사회에서도 이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죄를 저지른 심신상실자를 법의 제도로 보호하고, 이 제도를 악용하여 멀쩡한 사람들이 심신 상실자인척 감형받고.. 전문가는 역설적이게도 절대적인 진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

 

심신상실자에 대한 법적, 사회적 제도에 대해 많은 고민이 들게끔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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