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뇌수술을 받게 되었고 그 후의 부작용 때문인지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자신이 연쇄살인범이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기록을 하기 시작한다.

그는 동네에 연쇄 살인 사건 소식이 끊기지 않은 가운데 우연히 한 젊은 남자와 마주쳤는데 한눈에 자신과 동류임을 알아본다.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 접근하자 젊은 남자를 죽이기로 결심하며 기억을 잃어버리고 있는 스스로와 고군분투한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은 죄책감 때문이 아니며,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던 과거가 곧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미래가 없으면 과거도 부질없게 된다. 주인공은 가까운 기억부터 잃어버리게 되는 치매를 앓으면서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까먹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미래를 잃어버린다면 과거의 존재마저 부질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현재에 하염없이 머물지 않길 바랬다.

단조로운 문장과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이 소설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싸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의 주관적인 생각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살인을 멈추고 병까지 얻게 된 그에게 남은 목적은 단 하나. 딸을 보호하기 위해 연쇄살인마를 죽이는 것.
그 미래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기록을 남긴다.
그의 세상은 온전히 그의 기억으로 인해 존재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세계는 일그러지고 어떤 게 망상이고 사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공'空'만이 남는 것이다.

결국 일그러진 주인공의 세계에서 치닫는 결말은 시간의 흐름대로 '시간'이 주인공을 삼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떠한 것이라도 세상 두려울 게 없었고 감정을 알지 못했던 사이코패스마저 시간만은 두려워한 것이다.

시간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두려워할 것 없는 사이코패스이자 연쇄살인범은 결국 자신의 범행을 온 세상에 드러내고 말았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이 흘러서 드러난 진실이 아니었다. 주인공 내면을 무너뜨리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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